일상

우.기.소

이지키 2024. 10. 2. 15:44

우리 기숙사를 소개합니다
두둥.

 
한국에서 기숙사 비용을 미리 지불할 때 제안을 받았다.
리모델링 한 건물에서 살지 않겠냐는 것이다.
사용후기를 봤을 때 시설이 썩 그렇게 좋아뵈지 않아서 별 생각없이 그러겠노라 하였다.
 
영국에 도착한 날.
깜깜한 밤 중이라 학교나 기숙사 외관은 확인할 수 없었으나 방을 보았을 땐
좋은데..?
 
화이트톤의 깔끔한 분위기와 매우 포근해 보이는 침대 그리고 수납공간도 많았다.
그리고 스탠드, 옷걸이, 휴지통 등 생각보다 갖춰진 것이 많았다. 휴지도 하나는 센스있게 두시고 말이야.
돈이 역시 좋구나..
그러나 점차 문제점 몇가지를 발견했다.

 
일단 가장 맘에 안 드는 건 샤워기가 아닌 점이다. 고정되어 있다.
가운데 인식센서에 손을 갖다대면 물이 쏟아지고 다시 인식시키면 꺼진다.
온도도 좋고 수압도 좋은데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지..
샤워기로 한번 샥 하면 끝날 것을 머리카락 붙고 그런거 언제 치우고 있단 말이냐.
게다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터치하면 갑자기 물벼락을 맞기도 한다.
중간에 꺼지는 건 그렇다 치고 뜬금없이 혼자서 틀어질 때도 있어서 첨엔 화들짝 놀랐다.
 
변기 청소도 보통 샤워기로 하는데 불가능해 청소하는데 얼마나 애먹었는지 모른다.
유럽이 대부분 그렇듯이 화장실은 건식인데( 아마 석회수라 물이 묻으면 지저분해져서 그럴까)
바닥에 물을 하지 않고 변기 청소하기가 영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영국 집은 샤워하는 곳과 좌변기가 따로 배치된 경우도 굉장히 흔하다.
 
우리 기숙사는 관리가 꽤 꼼꼼히 이루어지는 편이라 정기적으로 인스펙션을 했는데 라임스케일 제거의 하수였던 나는 결국 화장실이 경고를 받고 말았다..
 
또 하나.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인데 영국 화장실에는 수건을 걸어놓는 곳에 열선을 설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축축한 수건을 말리는 용도라는데 문제는 이게 좁은 화장실에 있다보니 살이 닿으면 겁나 뜨겁다..
 
에어컨은 없지만 솔직히 별로 덥지 않아서 필요가 없었고 대신 춥기 때문에 난방장치가 필요한데 영국은 역시 라디에이터지.
빨래 올려놓으면 금새 말라서 항상 내게는 건조대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ㅋㅋ
 
바닥은 카펫이라 당연히 실내화를 신고 다녔고 청소는 무조건 청소기로 할 수 밖에 없다.
청소기는 오피스에서 빌려달라고 하면 된다.
근데 무슨 공업용 청소기라 개무거웠다..
참고로 청소기는 후버라고 한다.
청소기 자체는 영어로 배큠이지만 후버는 대중적으로 많이 쓰는 청소기 회사라고.
우리가 즉석밥을 햇반이라고 부르는 이치ㅎㅎ
 
또 잘 알겠지만 영국에는 모기장이 없다.

비가 자주오는 영국의 흔한 창문

기숙사 뒷편으로 풀이 많은 공터라 한국이였으면 여름철에 넘쳤을 모기가 정말 하나도 없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대신 거미나 자잘한 벌레들이 들어오긴 한다.
다행히 벌레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라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그런 나를 초반에 경악하게 한 벌레가 있었으니
which is silverfish.
실버피쉬라는 걸 여기서 첨 봤는데
너무 혐짤이라 사진은 알아서 찾아보시라..
습한 곳에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가면 꼭 보였는데 엄청 빨라서 잡을 시도조차 안했다.
기숙사팀에 말하면 한번씩 퇴치를 해준다긴 하는데 별 효과는 없다고.
그래서 나는 그냥 공생했다;;
딱히 해충은 아니라..ㅎㅎ
하지만 옷감을 상하게 한다고 한다.
뭐 그래도 바퀴벌레나 쥐 없는 것에 감사하기로..
 
내가 기숙사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 중 한가지는 전등 스위치가 두개라는 것.
하나는 문 옆에 있고 하나는 침대 맡에 있다.
그래서 문 옆에걸 누르고 켜도 침대 맡에 있는 걸 다시 누르면 꺼지는 원리이다.
이 덕에 얼마나 편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1층에 배정 받았는데 1층의 단점은 사생활 노출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지만 다행히 내 방 뒷편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괜찮았다!
오히려 뷰가 좋아서 좋았다. 평생 볼 다람쥐는 여기서 다 본 듯.
squirrel!
책상도 마침 창문 바로 앞에 위치해서 뭔가 빨간머리 앤 된 것 같고ㅋㅋ 로망 충족됐다.
이렇게 방이랑 화장실은 개인 사용이지만 주방은 같은 층의 6명이서 쉐어한다.

청소 비포&애프터

그렇다보니 시끄럽고 더럽고 좁고..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대신 매일마다 청소를 해주는데다 쓰레기도 비워줘서 이 편이 훨씬 좋았다고.
오히려 최대 단점은 바로 앞으로 흡연구역이라 담배 냄새가 들어오는 것이였다.

주방에서 만날 베이핑하던 가스나..

 
만약 실내에서 담배를 피운다면 정말 엄청나게 시끄러운 경보음이 울리고 이 때는 모두가 빠짐없이 나가야 한다.
꼭 담배나 주방에서 뭘 태운게 아니더라도 불시에 훈련한다고 울린 적도 많았다.
옷 갈아입고 미적댄다고 늦게 나갔다가 혼나기도 했다..^_ㅜ